EA Sports FC 27은 FC 브랜딩 하에 출시된 네 번째 타이틀로, 오랜만에 EA Vancouver와 EA Romania가 무언가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비록 몇몇 시도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FIFA 브랜드에서 독립한 이후 그 어떤 시리즈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게임플레이
문제는 여전히 실제 축구보다는 아케이드 게임 같은 느낌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FC 27에서 7-6이나 9-8 같은 스코어가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기본 설정으로 경기당 평균 5골 이상이 터진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입니다. 축구는 수비적인 긴장감을 바탕으로 하는 저득점 스포츠입니다. 그 긴장감이 사라지는 순간, 축구를 하고 있다는 몰입감도 함께 증발해 버립니다.
그럼에도 EA는 수비 개선에 대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AI 보조가 대폭 줄어들어 올해는 수비 시 유저의 수동 조작 비중이 훨씬 커졌습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유저 간의 실력 차이가 확실히 벌어질 것이며, 이는 경쟁 모드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새로운 전술 시스템(Tactics system) 역시 게임플레이의 핵심입니다. 복잡한 메뉴를 뒤질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실제 축구 전술 개념을 적용할 수 있어, 전문적인 코칭 지식이 없어도 팀의 전술을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게임플레이 개선은 분명하지만 점진적입니다. FC 26이 축구 유니폼을 입은 아케이드 게임 같아서 실망했던 유저라면, FC 27이 이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The Grounds
새롭게 추가된 핵심 모드인 The Grounds는... 글쎄요, 평범합니다. 길거리 축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소셜 허브라는 아이디어는 흥미로우며, EA가 NBA 2K의 네이버후드(Neighborhood) 개념을 겨냥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완성도는 다소 부족합니다. 축구 자체도 본편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사실상 카메라 앵글만 살짝 바뀐 FC 27의 축소판을 즐기는 느낌입니다.

Volta 모드는 장단점이 있었지만, 적어도 길거리 축구만의 속도감과 화려한 기술, 분위기라는 확실한 개성이 있었습니다. 반면 The Grounds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소셜 허브의 껍데기만 있을 뿐, 그 안의 영혼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EA가 올해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얼마나 내실 있게 채워나갈지가 관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1월쯤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메뉴가 될지도 모릅니다.
커리어 모드
FC 27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한 모드는 단연 감독 커리어(Manager Career)입니다. 특히 다이내믹 오버롤(Dynamic Overall) 시스템은 압권입니다. 이제 선수의 능력치가 컨디션, 훈련 강도, 출전 시간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합니다. 3개월 동안 혹사당한 스타 스트라이커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죠. 이 메커니즘 하나만으로도 이전 시리즈에서는 부족했던 경영의 깊이가 한층 더해졌습니다.

새로운 컷신과 이벤트, 상호작용 요소들은 단순히 스프레드시트를 관리하는 느낌에서 벗어나 실제 구단을 운영하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이적 시장 역시 협상의 깊이가 더해져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커리어 모드 도전 과제 달성을 즐기는 유저라면 올해 버전에서 훨씬 더 많은 목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선수 커리어(Player Career)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입니다. 새로운 요소도, 개선된 점도 없습니다. 축구에는 감독과 선수라는 두 축이 있는데, EA는 선수로서의 축구 여정을 꿈꾸는 유저들을 다시 한번 외면했습니다. 단순히 구색 맞추기용으로 존재하는 듯한 지루하고 평범한 경험일 뿐입니다.
Ultimate Team
FUT 모드에는 올해 두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갤러리(Gallery) 시스템입니다. 카드 수집을 단순히 '페이 투 윈(Pay-to-Win)'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진정한 취미 활동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파니니(Panini)나 톱스(Topps) 스티커 앨범을 모으는 듯한 재미를 주며, 꾸준히 컬렉션을 쌓아가는 과정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두 번째는 Ones to Watch 프로모션 운영 방식입니다. 모든 OTW 카드는 목표 달성, SBC(스쿼드 빌딩 챌린지), 시즌 레벨업을 통해 획득할 수 있습니다. 현질(과금)을 많이 한다고 해서 단번에 다른 유저들을 압도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이는 매우 신선한 변화이며, EA가 이 기조를 앞으로의 모든 프로모션에 유지한다면 무과금이나 소과금 유저들이 FUT을 즐기는 방식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

FUT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유저들을 위해 디비전 라이벌 보상 구조 역시 디비전 10부터 엘리트 티어까지 더 명확한 성장 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편되었습니다.
다만, 신규 계정의 이적 시장 이용을 제한한 것은 초반 진입 장벽이 됩니다. 다중 계정이나 시스템 악용을 막기 위한 의도는 좋지만, 초반에 게임을 시작하는 일반 유저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픽 및 오디오
시각적으로 FC 27은 PS5와 Xbox Series X에서 소폭 발전했습니다. 상위권 클럽 선수들의 외형 묘사는 훌륭하며, 경기장 분위기 역시 관중 오디오 개선과 저녁 경기 시의 다이내믹한 조명 효과로 한층 생동감이 넘칩니다. 방송 그래픽, 해설진의 톤, 메뉴 디자인 등 전반적인 연출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다듬어졌습니다.
사운드트랙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곡이 포함되어 게임의 국제적인 위상을 잘 보여주지만, 예전 FIFA 시리즈처럼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 곡은 딱히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Spotify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Way Too Self Aware”가 흘러나올 때 반가웠는데, 취향이 맞는다면 충분히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총평
FC 27은 FIFA라는 이름을 뗀 이후 가장 야심 찬 시리즈입니다. 전술 개편은 성공적이고, 감독 커리어의 다이내믹 오버롤 시스템은 매우 훌륭하며, FUT 프로모션 변화는 EA가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The Grounds는 아직 잠재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고, 게임플레이는 여전히 아마추어 리그 수준의 스코어를 양산하며, 선수 커리어는 여전히 방치되어 있습니다.
모드별 상세 공략과 성장 시스템에 대한 더 깊은 정보는 EA Sports FC 27 가이드 컬렉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진정한 축구 경영의 재미를 위해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감독 커리어는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길거리 축구의 낭만을 찾는다면 The Grounds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좋습니다. 경쟁적인 FUT 플레이를 선호한다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메타가 형성된 시즌이 될 것입니다. FC 27이 완벽한 게임은 아니지만, 시리즈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입니다.


